기억하고 싶은 것들

전혜린-"나는 무엇보다 생(生)을,이 생을 긍정할 수 있어야만 한다."

총총총이 2022. 3. 3. 14:47
나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야기시키는 본질적인 기분(우울, 권태, 공허, 자포자기 등)과 싸워야만 한다. 나는 무엇보다 생(生)을, 이 생을 긍정할 수 있어야만 한다. 나는 이 일회적인 생을 열망해야만 한다. 나는 이 내적 기분을 극복해야만 한다. 아니면 내 자신을 상실하는 것이기 때문에. <목마른 계절>,범우사

곧잘 우울해지는 기분에 스스로가 힘들 때가 있다. 그런 나는 마치 병에 걸린 사람 마냥 어서 그런 기분을 떨치기 위해 무언가 하려고 하는데, 그때마다 멈칫하며 전혜린이 떠오른다. 예민하디 예민한 감성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에의 의지를 느낀 사람. 그 치열한 기록들을 다시 찾아 읽고 싶어진다.

우울함을 느낀다는 것이 또는 그러한 기질을 타고났다는 것이,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데에는 불리할 수 있겠으나,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성찰하며 순간순간 깨어있으려면 이 예민한 기질은 필수다. 왜 행복하지 않냐고 스스로에게 묻지 말자.

과연 행복한 것이 좋은 것인가. 우울하고 예민한 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 그저 그런 것이다.

 

여담: 아, 전혜린이란 이름은 언제나 너무 세련된 기분이 든다. 이름의 주인과 너무 잘 어울린다.

 

전혜린

 

전혜린(田惠麟, 1934년 1월 1일 ~ 1965년 1월 10일)은 대한민국의 수필가이자 번역문학가였습니다. 그녀는 일제강점기에 평안남도 순천에서 태어났고, 아버지 전봉덕은 일제강점기 고등문관시험 사법·행정 양과에 합격한 후 총독부 관리가 되었습니다. 

전혜린은 한국 전쟁 중이었던 1952년에 전시 체제 임시 수도였던 부산에서 아버지의 권유로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하였습니다. 그녀는 독어독문학과 강의를 듣다가 독일 문학에 심취하다가 1955년 3학년 재학 중 전공을 독어독문학으로 바꾸었고, 독일 뮌헨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교에서 유학하였습니다.

그녀는 1956년 독일 유학생이자 법학도였던 김철수와 결혼하였고, 1959년 딸을 낳았으며, 1964년 이혼하였습니다. 그녀는 번역한 책으로는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하인리히 뵐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 등이 있습니다.

전혜린은 순수와 진실을 추구하고 정신적 자유를 갈망하던 모습으로 지금까지도 당대의 새로운 여성상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완벽한 정신세계를 지향하는 지성적인 현대 여성의 심리로서 분석되는 등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젊은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사후에 출간된 수필집인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1966년)와 《이 모든 괴로움을 또 다시》(1968년)가 있습니다.